매년 10월 31일이 되면 미국 전역은 할로윈(Halloween)으로 떠들썩 인다. 집집마다 할로윈에 어울리는 장식을 하고,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자녀들이 그해 입을 할로윈 의상을 구매하고, 대형 수퍼마켓은 할로윈에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사탕과 초콜릿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할로윈은 미국인들에게 어떤 날일까? 먼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할로윈을 만성절(All Saints’ Eve 혹은 All Hallows’ Eve)보다 더 알려진 기독교 축일인 모든 성인의 날 전날 축하 행사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할로윈은 이전 해에 죽은 모든 기독교인을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의 전야 행사로서 그 근원을 기독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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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
할로윈 축하 행사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행사인지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유통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2 이상인 72%가 2024년 할로윈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2024년에는 미국 내에서 할로윈과 관련된 비용으로 약 11.6억 달러 이상이 쓰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2023년 국가 예산이 452억 달러이며, 미국에서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해 쓰인 돈이 한 국가 예산의 41분의 1수준으로 엄청난 금액이 할로윈 행사로 쓰이는 것이다. 또한 할로윈에 참여하는 사람이 사용할 금액이 개인당 104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어린이만을 위한 축제가 아닌 할로윈
할로윈에는 단지 어린 자녀들이 영웅 의상 등을 구매해서 입고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 그들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다. 먼저 어린 자녀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할로윈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가정이 약 55%나 되었다. 또한 2024년 지출 예상 금액인 11억 달러의 약 3분의 1을 집 밖과 안을 꾸미는 장식에 쓰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상 역시 약 3.8억 달러가 쓰이는데, 이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 의상 구매도 포함된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미국이란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할로윈에 대해 기독교는 대개 부정적인 시각으로 할로윈을 바라본다.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기독교인들은 자녀들이 할로윈 의상을 사고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일부 한인 목사는 할로윈을 악마적이고 사탄의 영향을 받은 세속적인 축제로 금기시해야 한다고 믿으며, 일부 부모들은 공립학교에서 행해지는 할로윈 파티에서 자녀들을 신앙의 이유로 제외시켜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할로윈의 기원
현대 미국의 할로윈 풍습의 최초 기원은 고대 영국과 아일랜드 지방에 살던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 켈트족은 매년 11월 1일이 새해 첫날이었고, 추수의 마지막 날이며, 동시에 겨울이 시작되는 어둠이 더 길어지는 날로서 삶의 끝과 죽음의 시작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켈트족은 각 마을의 입구에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추수한 농작물과 동물을 켈트족 신들에게 감사 제물로 드리고, 또 돌아오는 해의 풍성한 농사와 수확을 위해 빌었다. 그러나 10월 31일, 겨울과 죽음이 시작되는 날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불분명해져서, 작년에 죽은 가족의 영혼과 해를 끼치려는 악한 영혼이 찾아온다고 켈트족은 믿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제사상을 차리고, 악한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음식을 밖에 두기도 했다. 또한 10월 31일 외출을 해야 할 경우, 악한 영혼처럼 보이기 위해 동물의 머리나 가죽을 사용해 의상을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기원후 43년 이후 로마제국이 켈트족을 정복하면서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는 로마의 축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이 죽음과 삶을 바라보던 방식이 비슷했던 모양인지, 로마인들은 매년 2월 21일에 죽은 사람을 기념하고 추모하던 페랄리아(Feralia)라는 축제가 있었고, 비슷한 축제 성격에 서서히 하나가 되어갔다.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가 국교로 제정된 이후, 모든 기독교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축일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간에 있었다. 그러다 교황 보니파시오 4세가 609년(혹은 610년) 5월 13일 로마의 판테온 신전을 동정녀 마리아와 모든 기독교 순교자들에게 봉헌하면서, 5월 13일은 기독교 순교자들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날, 즉 만성절(A Feast of All Martyrs)이 되었다. 이후 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는 11월 1일을 순교자와 모든 죽은 신자들을 기념하는 날로 공표하였고, 자연스레 그 전날인 10월 31일은 만성절 전야(All Hallows’ Eve)가 되었다. 그리고 만성절은 오늘날의 할로윈(Halloween)이 되었다.
고대 켈트족의 축제에서 시작된 할로윈은, 로마 제국으로 넘어오면서 가톨릭의 만성절과 혼합되어 토착화된 기독교 명절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 할로윈 문화가 유럽 이민자들을 통해 들어오고 훗날 상업주의에 의해 영웅의 의상 혹은 귀신 의상 문화 그리고사탕과 초콜릿을 사는 상업적인 축제가 되어버렸다.
할로윈은 배척해야 하는가?
일부 기독교인들은 할로윈을 악마와 사탄을 숭배하던 켈트족의 풍습에 기원을 두기 때문에 이교도의 축제로 여기며 배척한다. 그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아이들을 이교도 축제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반대로 다른 기독교인들은 할로윈이란 종교축제가 아니라 사회축제로서 신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할로윈은 21세기 미국의 상업주의적인 축제로서 일 년에 한번 아이들이 분장하고 좋아하는 의상을 입고 사탕을 받고, 집 주변을 꾸미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연합감리교회는 할로윈에 교회 혹은 목회자, 교인들 그리고 자녀들이 배척해야 하는지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신학이나 입장을 가지지 않는다. 각자의 신앙의 방식대로 할로윈을 배척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할로윈이 이교도적이고 악마숭배 축제라고 배척하기보다 할로윈의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자신의 신앙의 잣대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위 에서도 할로윈은 만성절이란 기독교 축일 전야라고 분명히 밝힌 것처럼, 할로윈의 무속신앙은 기독교 순교자들과 죽은 기독교인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기독교의 축일로 통합 변형되었다. 그러나 다시 상업주의로 인해 그 참된 의미와 신학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2022년 할로윈을 맞이해서 그리스도와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교회는 문화를 바꾸고 변화(리차드 니버의 그리스도와 문화의 5가지 유형)시키는 그 사명을 다시 기억해야 하겠다. 할로윈, 즉 만성절 전야에 아이들을 붙잡아 놓고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문화적으로 대립하는 교회와 기독교인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만성절의 참된 의미와 신학을 가르쳐 신앙의 길을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믿음의 조상들 그리고 지금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든 성도의 삶을 기념하며, 함께 만성절의 참 의미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