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목사는 “목회자는 글쓰기의 감옥에 산다”며 제2회 목회자/신학생 글쓰기 세미나를 시작했는데 깊이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목회자는 끊임없이 말로 설교하고 기도하지만, 이 모든 것은 완벽한 ‘원고’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매주 주보에 쓰는 칼럼, 매월 발송하는 소식지, 목회적인 톤으로, 때로는 사무적인 톤으로 답장해야 하는 이메일들, 교회 소셜네트워크에 올려야 하는 포스팅, 그리고 문자 메시지 등 목사가 해야 하는 일 중에 글쓰기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김기석 목사는 “마치 물방울 하나가 계속 떨어져 단단한 돌에 구멍을 뚫듯이, 일상의 독서는 보이지 않게 목회자를 성장하게 한다”고 했다. “積厚”(적후: 두텁게 쌓인다), 즉, 독서를 통해 자기 속에 많이 쌓아두면, 글이든 설교 원고든 써나갈 수 있다. 세상에서 태어나면서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음은 김영봉 목사와 김기석 목사가 나눈 것으로, 목회자가 글이나 설교원고를 쓸 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다.
1. 목회자의 글쓰기는 영적 성장의 과정이다.
글쓰기는 생각하기에서 시작한다. 즉 글을 쓰기 전에 어떤 글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를 머릿속에서 구상하며, 자기 생각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쓰는 훈련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생각의 훈련이며 자기 존재의 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회자의 글쓰기와 생각의 과정은 영적인 성장을 돕는다.
2. 사적인 글쓰기부터 시작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늘게 될 것이다. 공적인 글을 쓰기보다는 사적인 글부터 시작하는 것을 제안한다. 일기, 묵상 일기, 기도 일기, 독서 일기, 묵상 노트 등부터 시작해 보라. 사적인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이 정리되고, 이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키우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글재주를 처음부터 타고난 사람은 없다. 다만 안 써봐서 잘 쓰지 못하는 것이다. 목회자로서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기도로 마무리하기를 권한다.
3. 좋은 글이 나오기 위한 조건
(1) 지속적인 독서를 하라: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독서는 목회자의 내공을 쌓으며 성장하게 한다. 목회자라면 좋은 글과 잘 쓴 글을 곁에 두어야 한다. 신학 서적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최인호 작가와 같은 좋은 작가의 글들을 필사해 보라.
(2) 신학적/사상적 틀을 갖추어야 한다: 목회자는 설교 작성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좋은 글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신학과 사상에 있어서는 일관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목회자는 자신만의 조직신학을 확립해야 하며, 그 틀이 있어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 신론부터 종말론까지 다양한 주제에 자신만의 골격을 만들어야 한다.
(3) 깊이 생각하는 훈련을 하라. 일상의 독서 가운데 “영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세 가지 습관을 지녀라 (Ken Gire)”: 순간을 읽고, 순간을 묵상하고, 순간에 반응하는 습관, 이런 습관을 통해 보고 듣는 모든 것에 대해 견해를 갖게 된다.
(4) 목회자가 먼저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 글은 자주 저자의 삶을 앞서간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글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글이나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는 교인들에게 선포하기 전, 먼저 자신이 바른 삶을 살아야 하며, 말씀의 선포의 첫 번째 대상은 ‘자신’이 되어야 한다.
4. 글쓰기 이전에 꼭 물어야 할 질문들
(1)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가?
(2) 그 메시지가 청중에게 가장 잘 전달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세웠는가?
(3)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들은 확보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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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쓰기의 기본
(1) 장문보다 단문을 사용하라
(2) 수동태보다 능동태를 사용하라
(3) 정적이기보다는 동적으로 표현하라
(4) 명사보다는 동사를 사용하라
(5) 주장보다는 제안하라
(6) 답보다 질문하라
(7) 독백이 아니라 대화하라
(8) 접속사 사용을 최소화하라
6. 좋은 글을 쓰려면
(1) 듣는/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
(2) 논리적이지만 마음으로 읽으면서 글을 써야 한다. 글의 리듬과 운율을 고려해야 한다.
(3) 기승전결이 명확한 줄거리(story-line)를 따라 전개해야 한다.
(4)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거듭해서 글을 다듬어야 한다.
(5)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받거나 저자가 잠시 원고에서 빠져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읽고 수정해야 한다.
7. 좋지 않은 글
(1) 겉멋이 든 글 – 이런 글은 사람으로 치자면, 내면을 신경 쓰기보다 겉모습에 지나치게 치장하는 사람과 같다.
(2) 자기 과시성 글 - 지나친 인용, 본말 전도식의 인용을 하는 경우
(3) 나열식 글 - 뷔페식과 같다.
(4) 저자의 삶과 유리된 글 - 일관된 삶에서 나와야 한다.
8. 설교 원고 쓰기
(1) 말씀 묵상과 본문 연구가 충분할 때까지 기다린다. 생각의 숙성이 중요하다.
(2) 마음이 뜨거워지는 한 가지 설교 포인트를 찾을 때까지 계속 묵상한다.
(3) 어느 정도 묵상이 되면, 산책하라. 걸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말이 나오는 대로 중얼거리라. 생각을 정리하고 심화시키는 점에서 글과 말은 거의 동일한 역할을 한다.
(4) 가급적 앉은 자리에서 전체를 써 내려간다. 충분히 묵상이 된 경우라면, 2,200자 정도의 원고를 4~5시간이면 완성할 수 있다.
(5) 설교의 초고를 완성하고 한나절 혹은 하루 정도 그 원고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몰입해 있던 생각에서 떠나면 새로운 영감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6) 새로워진 마음으로 설교 초고를 다시 읽어보고, 깎고 다듬으며 수정한다.
(7) 만약 자신이 쓴 설교 초고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에게 설교를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설교자가 교인의 입장에서 읽고 수정한다.
(8) 강단에 서기 전에 기회가 되는 대로 설교 원고를 많이 읽고 수정한다.
(9)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강단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듯 설교할 수 있다.
(10) 말씀이 선포된 후에는 원고를 버린다. 이미 사용한 물에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한다.
(11) 설교 원고 작성은 가급적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찍 시작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렇게 목회 주기가 돌아간다. 일찍 시작해서 마감된 설교로 주말에는 목회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설교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
9. 제목
(1) 주제가 한 번에 또 한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 표현하는 것이 기대감을 높인다.
(2) 시인의 감성과 표현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시를 가까이하라.
(3) 광고 문구에 주목해야 한다. 정적인 제목보다는 동적인 제목이 좋다.
(4) 본문 안에서 제목을 포착하는 것이 좋다
(5) 시작 3분 안에 교인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 설교는 실패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제목, 서론, 본론 등등 모든 파트에 공을 들여야한다. 좋은 설교 원고를 위해 특히 서론은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10. 결론
(1) 설교를 교인의 삶에 적용할 때, 교인 상황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교인마다 믿음의 정도, 생활 환경 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2) 한가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말씀에 대해 질문을 남기는 것이 더욱 강력하다. 설교자들의 고질병은 항상 교인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고 집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를 열린 결말로 끝내도 좋다. 교인이 스스로 말씀을 받아들이고 응답하도록 여백을 주는 것이 좋다.
(3) 설교 후에 교인이 묵상의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이는 교인 각자가 받은 말씀에 응답하도록 여유를 허락한다. 또한 예배를 더욱 명상적인 예배가 되게끔 한다.
11. 글 쓰기의 기술에 앞서는 것
(1) 글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다. 글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을 위한 가면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쓰는 글이다. 또한 교회 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문제 대상을 향해 표적 설교를 하는 것은 글을 무기로 오용하는 경우이다. 글로 공공연하게(overt) 공격하는 것도 가려서(convert) 공격하는 것도 좋지 못한 예이다.
(2) 글보다 인격이다. 김기석 목사는 “독서는 전 인격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글을 쓸 때, 다음과 같은 자세를 요구했다: Be honest, Be transparent, Be true, Be respectful.
신호진 목사는 아이오와 연회의 워털루 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며, 그로인해 성도들이 그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게 한다. 신 목사는 기타를 치며 찬양하고, 아내와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