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에 미국으로 함께 유학을 온 신학교 동기가 있었다. 미국에서 3년 반 열심히 목회학 석사를 공부하고 좋은 성적으로 신학교를 마친 뒤 홀연히 목회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친구는 무슨 이유인지는 절대 말하지 않았지만, 훗날 이리저리 알아보니, 결국은 전도사로서 이민 교회를 섬기며 큰 어려움을 겪고 목회를 관두게 되었다. 대신 그 친구는 다른 학위를 받았고, 2019년 비지니스 인사이더 따른 소득 상위 25 직업에 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기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인 바나(Banra Study)가 2021년 1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약 38%의 목회자가 전임(Full-time) 사역을 그만둘 것을 고민했다고 했다고 하며, 이는 2019년보다 9%가 더 증가한 숫자이다. 더 놀라운 것은 45세 이하의 목회자 중 거의 절반인 46%가 목회를 관두어야 하는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이는 45세 이상의 목회자 중 34%만 사역을 그만둘 것을 고민하는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특별히 목회자로서 소명을 감당한다는 것은 교인들의 영성과 그들과의 관계를 다루는 사역으로써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에 따르면 목회자가 우울증, 비만,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으며, 영적 소진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말한다.
목회자의 탈진
탈진(burn-out)이란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이 그의 저서 탈진: 큰 업적에 대한 대가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서, “어떤 주장이나 삶의 방식, 혹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는데,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는 데서 오는 일종의 피로 및 좌절 상태”라고 정의한다. 목회에 이 단어를 적용하면, 목회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할 만큼의 새 힘이 없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태를 말한다. 목회자가 목회 현장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고, 목회의 열매가 없으며, 교인들 역시 아무도 자신의 노력과 희생을 알아주지 않을 때, 스트레스받는 정도를 넘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고, 아무런 의욕이없는 영적 상태를 말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목회자는 이런 탈진된 상황 속에서도 목회를 포기하지는 못한다. 억지로, 무기력하게 어떻게 해서든지 목회를 끌고 나가는데, 그것이 목회자 자신뿐만 아니라 이런 목회자의 돌봄을 받는 교회에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목회자 탈진의 여러 가지 징후
1. 웃음을 잃게 된다. 목회자 탈진의 초기 증상으로서, 목회와 삶에서 웃음이 없어진다. 사소한 일로서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 아주 큰 증상이다. 목회 사역에 대한 스트레스로 더 이상 웃을 일이 없고 웃을 수가 없다.
2. 만성적인 피로를 느낀다. 항상 몸이 피곤하다. 힘도 없고, 의욕도 없어지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잠을 많이 자도 항상 피곤하다. 주 중의 안식일을 가져도, 휴가를 다녀와도 재충전이 되지 않는다. 만성적인 피로로 인해 목회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3. 목회 사역의 열정을 상실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따금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질 때가 있다. 그러나 목회의 탈진으로 인한 열정 상실은 목회의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물론 지금 감당하는 목회 사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더 이상 그 일에 대한 기쁨도 동기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4. 영적으로 메마르게 된다. 다른 말로 목회자가 목회하는 이유인 하나님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설교를 위해서 성경을 읽고 기도도 하지만 형식적인 일이 되어버린다. 말씀에 대한 은혜도 없고, 감동도 없다.
탈진의 종류
인간의 몸은 신체와 영, 마음의 복합체가 이루어진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목회자가 겪는 탈진의 종류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아래의 나타난 탈진의 종류 중 하나 혹은 두 개 이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육체적 탈진
육체적 탈진은 운동의 부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생겨날 수 있다. 지나친 교회 업무와 바쁜 일정으로 목회자가 운동할 시간과 건강한 식사를 할 시간조차 없으며, 스트레스로 가득한 목회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육체적 탈진은 만성두통이나 복통을 유발하고 만성피로를 느끼게 한다.
감정적 탈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돌보고 치유하는 목회자가 정작 자신을 감정적으로 돌보아줄 사람이 없을 때 느끼게 되는 탈진이다. 목회자 역시 여느 다른 사람처럼 함께 슬퍼하고 기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감정적 탈진은 목회자의 결혼과 가정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감정적 탈진은 목회자의 공감 능력에 무디게 만들고, 정상적으로 감정을 느끼는데 장애를 주며, 실패와 자기 의심을 가지게 한다.
이러한 감정적 탈진은 관계적 탈진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직업인 목회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탈진의 형태로서, 교인이나 목회 사역에 관련된 사람과 불편한 관계에서 야기된다. 매일 진을 빼는 인간관계는 목회자가 관계적 탈진을 느끼게하고, 그러한 인간관계로부터 점점 자신을 단절하게 된다.
영적 탈진
교인의 신앙과 영성을 책임지는 목회자이지만, 자신의 영성에 소홀하며 다른 사람들 영성에 더 노력할 때 영적 탈진을 느끼게 된다. 바쁜 일정으로 많은 목회자는 자신들의 영성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없으며, 이에 따라, 목회자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소홀해진다. 설교나 예배가 아닌 자신의 영성을 위한 기도나 성경 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지 않으면 영적 탈진으로 고통받게 된다.
탈진을 극복하는 법
탈진의 종류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신체와 영, 그리고 마음으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유기체이기 때문에 탈진은 하나 혹은 그이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형태에 따라 아래의 탈진을 극복하는 방법들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물론 목회자는 탈진이 심할 경우,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1. 규칙적인 운동하기
한 연구에 참여한 연합감리교 목사들은 다른 미국인들보다 콜레스테롤, 천식 발병률, 고혈압이 더 높다고 결과가 나왔다. 그 원인은 비만이며, 연합감리교회 목회자의 41%가 비만으로 전체 미국인의 29%가 비만인 것에 비해 훨씬 높다. 바쁜 목회와 일정 속에서 더 많이먹게 되지만, 운동은 더 적게 하고, 잠은 더 적게 자면서 목회자의 건강은 더 나빠지게 된다. 바쁘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서, 운동하고 건강식을 먹게 되면 더 건강한 시선으로 목회를 할 수 있다. 성장하는 교회의 목회자들은 그들의 영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바쁜 목회와 일정 속에서도 규칙적인 운동과 규칙적인 기도와 묵상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 기도와 말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목회자의 탈진은 세상 다른 모든 직업으로부터의 탈진과 다른 점이 있다. 목회자는 육체적으로 쉬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도 새로워져야 한다. 목회가 바쁘다는 핑계로, 교회 일이 많다는 핑계로 많은 목회자가 목회와 소명의 가장 중심이 되는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과 그분의 뜻을 분별하는 시간에 소홀해진다. 이런 핑계를 그만 대고, 더 많은 시간을 기도와 말씀으로 보내면, 목회자의 삶과 지도력이 새로워질 것이다.
3. 교인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목회자들은 친구가 없다. 신학교에 들어가고 안수받으면서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예전에 많던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물론 신학교에서 함께 공부한 다른 목회자 친구가 있지만, 서로 목회 사역이 바쁘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한다. 이런 목회자들이 교인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친구가 되기는 참 어렵다. 목회자는 교회와 사역을 완전히 떠나서 만나 힘든 일, 어려운 일을 함께 들어 줄 수 있는 교인이 아닌 친구를 사귀는 것이 도움이 된다.
4. 취미 혹은 여가 생활하기
많은 목회자가 교회 밖의 삶이 없다. 교회 안에만 갇혀서 즐거운 취미나 여가 활동을 즐기지 않는다. 자나 깨나 교회 걱정 교인들 걱정뿐이다. 목회 사역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인생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목회의 밀린 일과 스트레스를 가정까지 가져오지말아야 한다. 휴일에 목회의 짐을 내려놓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인생을 즐길 때, 주님 안에서 더 기뻐할 수 있다.
5. 에너지를 소모하는 관계를 끝내기
목회 사역을 하다 보면, 목회자의 감정과 힘을 소모하는 부정적인 사람과의 만남을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람과 관계를 계속함으로써 목회자의 에너지를 소모는 대신, 전문가에게 전문 상담을 받도록 권유함으로써 그런 관계를 끝내야 한다.
6. 자신이 잘하고 사역에 더 집중하기
많은 사람이 목회자는 교회 관리부터, 행정, 목회, 설교까지 모든 부분을 잘해야 한다는 기대치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누구든 본인이 잘하지 않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목회에서 이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재능이 없는 그 분야에 전문가인 평신도 자원봉사자로 대신할 때 일의 효율은 높아지게 되며, 또한 목회자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