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준비하며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수많은 장로교단을 어떻게 이 글 속에서 통일성을 갖추어 담아낼 수 있을까?’였다. 그래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로교단 신학교 교수를 통해 이글을 검토해 주기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 짧은 글로 사람들을 명쾌하게 이해시키기보다 자칫 더 많은 질문거리를 만들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연합감리교회와 장로교의 직접적인 비교보다, 우리의 생활 터전인 미국의 Presbyterian Church (USA)와 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그리고 우리의 뿌리 터전인 한국의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와 (통합)의 1) 신학, 2) 정치 제도, 그리고 3) 전례를 중심으로 각각의 특징과 강조점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기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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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esbyterian Church (USA) – (이하PCUSA)
PCUSA는 역사적으로 칼뱅주의를 따르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같은 개혁주의 신앙고백을 지지한다. 그러나 보다 자유주의적이고 온건한 견해를 포함하여 광범위한 신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주권, 성경의 권위를 강조한다. 하지만 상황적으로(contextually) 성경의 문맥을 해석하며, 종종 역사적 비판과 성경 본문의 문화적 맥락을 강조한다. 구원론에 있어 그리스도만을 통한 구원을 강조하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속죄와 구원의 본질에 대한 다양한 견해에 개방적이다. 최근의 주요 강조점은 사회 정의와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다. 빈곤 완화와 환경 정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역에 관심 가지고 실천하고 있다.
PCUSA는 교리(The Book of Confessions)와 장정(The Book of Order)으로 구성된 교단법(The Constitution of the PCUSA)을 근간으로 한다. PCUSA와 PCA는 동일하게 장로제도로 교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체교회는 당회(Session)가, 지역교회는 노회(Presbytery)가, 전체 교단은 총회(General Assembly)가 각각의 관할권을 감독한다.
PSUSA의 예배는 설교 중심의 전례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앙적 표현을 예배 속에 적용하는 것에 커다란 거부감이 없다. 또한 사도신경뿐만 아니라 니케아 신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같은 역사적인 고백과 신조를 예배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세례와 성만찬이라는 두 가지 성례전을 인정하며, 세례는 유아와 성인 모두에게 행해진다. 또한 교회력의 준수를 지지하고, 교회력의 절기와 예배의 일치를 장려한다.
2. 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이하 PCA)
PCA는 칼뱅주의를 강하지 지지하며, 하나님의 주권, 성경무오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은혜에 의한 구원을 강조하는 개혁신학을 고수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요리문답을 철저히 따른다. 1973년에 PCUSA에서 분리된 이후, 전적 타락, 무조건적 선택, 제한된 속죄, 거부할 수 없는 은혜, 성도들의 인내라는 칼뱅의 5가지 가르침을 강조한다. PCUSA와 마찬가지로, PCA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르지만, 성경과 신앙고백 문서를 해석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문자적 해석과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또한 교회 개척과 전도, 선교가 종교 생활의 중심으로 강조되며 사회적 이슈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안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결혼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를 옹호한다.
PCUSA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장로 정치 체제를 따르지만 보다 계층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성(性), 성경무오설, 여성의 역할 등에대한 신학 및 도덕적 입장에서 좀 더 통일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낼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 개혁주의 예배 스타일을 고수하고, ‘예배의 규례적 원칙(Regulative Principle of Worship)’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예배의 모든 요소가 성경에 직접적으로 근거해야 한다는 전제에 기인한다. 그래서 전례를 실천하는 데 인위적으로 추가되는 모든 요소(예를 들면, 형상, 조각상, 향초, 예복 등등)를 제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예배를 인도하는 데 평신도들의 역할을 제한하고 주로 장로들(목사와 장로)이 이끄는 예배를 강조한다. 대신 회중의 참여를 보완하기 위해 응답적 요소들을 추가하는 경우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녁예배와 가정예배를 장려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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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 장로교회의 시작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미국과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으로부터 온 선교사들 중심으로 시작된 초기 연합운동은 1912년, 평양신학교에서 열린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를 통해 마침내 한국 최초 장로교단 설립으로 결실을 보게 되었다. 1949년, 교단의 명칭이 대한예수교장로회로 변경된 뒤, 1952년,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고신파측이 교단을 떠나는 첫 번째 분열을 겪었다. 이후 김재준의 성경 해석으로부터 시작된 치열한 신학적 논쟁의 결과, 1953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는 두 번째 분열을 겪었고, 그것은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시발점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신학적 노선 차이로 합동파와 통합파로 나뉘어 논쟁해 오다 1959년, 마침내 그 두 정치적, 신학적 세력은 결별하여 각각 교단을 구성하였고, 현재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두 장로교단으로 존재해 왔다. 당시 그 분열은 세계교회협의회 가입이 표면적으로 크게 부각된 이유였지만, 교권에 대한 주도권 다툼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이후 한국의 장로교회는 대부분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같은 이름 아래 300개가 넘는 교단으로 분열해 왔다.
예장 합동은 개혁신학에 근거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647년판)과 대소요리문답을 교리적 표준으로 따르며, 성경무오설을 강하게 견지한다. 과거 토론토에서 한 보수적 장로교단에서 사역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담임목사가 예배 중에 개정된 주기도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새로운 담임목사가 부임했고, 다시 예전의 주기도문으로 되돌리는 일을 제일 먼저 시도했다. 대부분의 교우는 그동안 ‘성경과 다른’ 주기도문을 예배 중 사용해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예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안도하는 것을 목격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든 저것이든, 사실 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의 번역본인데 ‘자신들이 사용하는 성경과 동일한’이라는 조건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다.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 모두 장로와 목사로 구성된 당회, 교회의 실무적인 일을 위해 남녀 집사들로 구성된 제직회, 그리고 개체교회의 의사결정 기구인 공동 의회를 기본 치리 기관으로 두고 있다. 나아가 지역교회를 치리하는 노회, 교단의 최고 기관인 총회로 구성된다.
예장 합동의 정치 체계는 비교적 더 중앙집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의 권위 아래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고, 성경과 교리에 대한 엄격한 규율 준수를 강조한다. 오랜 분열의 역사로 인해 교회 성장과 신학적 순수성 보존을 중시해 왔다. 그로 인해 기독교연합사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으며, 사회참여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으로 제한하여 참여해 왔다.
예장 합동은 전례적 실천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교단헌법의 ‘예배모범’을 보면, 교단 차원에서 교회력을 따르지 않으며, 형식적으로 제안된 예배 형식보다는 개체교회에 따라 자유롭게 구성된 예배 형식을 존중한다. 성례전은 세례와 성만찬뿐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성만찬의 경우 연합감리교회와 달리 입교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나아가 “교리를 깨닫지 못하는 자와 교회를 부끄럽게 하는 자는 성찬에 참여할 수없다.” 또한 성만찬의 정기적인 거행보다는 “종종 베푸는 것이 옳다”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장로교단들과 마찬가지로 교단헌법에서 가정예배를 예배의 모범으로 강조하고 있다.
4.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예장 통합은 전통 개혁주의 신앙고백을 따른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1903년 판을 따르고 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1986)과 ‘21세기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앙고백’(2001)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합동과 달리 소요리문답만을 세례를 위해 선택적으로 채택했다.
예장 합동과 비교하여 예정교리에 있어 선택론보다는 보편적인 구원의 가능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으며, 하나님의 구속사와 교회의 역할에 대해 더 넓은 해석을 제공한다. 성경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사회적 사명과 연결하며 상대화한다. 성경 해석의 다양성과 현실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교회개혁과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고 교회 운영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 참여한다. 결과적으로 예장 합동에 비해 에큐메니컬적이고, 더 넓은 신학 스펙트럼을 지지한다.
예장 통합은 더 분권화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마치 삼권 분립과 같이 성경, 교단헌법, 그리고 총회로 구성되어 총회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예장 합동에 비해 균형 잡힌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장 통합은 ‘말씀의 예전’과 ‘성례전’으로 구성된 예배를 추구한다. 말씀과 성례전의 절대적 관계를 강조하여 세례와 성만찬 시에도 말씀을 읽고 선포하는 것을 반드시 선행한다고 강조한다. 성만찬의 성체 성사에 대해서는 영적인 임재를 강조하고 있다. 예장 통합의 예배를 살펴볼 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들의 총회헌법 중 ‘예배와 예식’의 첫 번째 항목인 “예배공동체로서의 교회”이다. 예장 통합이 말하는 교회는 공동체이고, 예배는 그 공동체성을 반영하는 은혜의 통로이다. 예장 통합은 총회헌법에서 “예배가 형식이나 타성에 젖지 않도록 . . . 세계교회와 같이 예수님의 생애에 맞춘 교회력과 성구집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5. 연합감리교회
이 글은 주로 장로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로교단 각각의 특징들과 비교하여 연합감리교회를 간단히 설명하고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개혁주의 신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같은 고백적 표준과 하나님의 주권, 성경무오설을 강조하는 장로교 전통과 달리, 연합감리교회는 존 웨슬리의 구원 체험으로부터 칭의와 함께 성화를 강조한다. 그는 여러 설교들을 통해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선재적 은총, 회개, 믿음, 성화, 기독교인의 완전으로 정리한다. 또한 성경 이해에 있어서 일부 장로교와 같이 문자적 해석에 제한되지 않기 위해 전통, 이성, 경험을 중요시한다. 인종, 평등, 성소수자 등의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을 중요시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참여하는 것 역시 연합감리교회의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PCUSA와 예장 통합, 그리고 연합감리교회는 전체적으로 포용적이고 사회 참여적이며, PCA와 예장 합동은 보수적이며 신학적 순수성을 강조한다고 큰 테두리에 묶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장로교와 연합감리교회의 치리 체제는 언뜻 볼 때, 중앙집권적 대표 체제로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합감리교회는 감독 중심의 중앙집권적 구조임과 동시에 개체교회와의 적극적인 상호 교류, 그리고 각 지역교회 및 기관들 사이의 ‘연대주의’(Connectionalism) 정신으로 우리 스스로를 ‘연합’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
두 전통 모두 세례와 성만찬을 준수할 성례전으로 간주하지만, 다른 성례 역시 교회를 위해 의미 있고 중요한 예식임을 강조한다. 연합감리교회는 참여자의 세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성만찬을 실천하는 반면, 대다수의 장로교단은 세례받은 신자만 참여하도록 제한한다. 연합감리교회의 예배는 찬양, 기도, 성경, 성만찬의 균형을 강조하는 구조화된 전례 순서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연합감리교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예배적 요소는 ‘은혜에 대한 강조’라고 생각한다. 선재적 은총(이미 베푸신 은혜), 구원의 은총(용서하시는 은혜), 거룩하게 하시는 은총(날로 새롭게 하시는 은혜)이 그것이다. 예배는 넘실대는 그 은혜와 마주하는 거룩한 만남이다.
박해일 목사는 마운틴스카이연회의 정회원 목사로 Hope UMC와 덴버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