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면 어린아이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려 노력을 하며, 연인들은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되고, 가족들은 선물을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성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심을 기념하고 기억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정확하게 2019년 전 12월 25일에 아기 예수는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에서 말구유에서 태어났을까?
기독교에 대해 공부를 좀 한 무신론자라면 혹은 성경을 좀 공부를 한 기독교인이라면 성탄절은 예수가 진짜 태어난 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미국무신론자들 모임은 2010년부터 “당신은 성탄절이 신화라는 것을 안다. 이성을 축하하자.”라는 옥외 광고를 비롯해 하나님과 예수에 관한 신앙이 신화라는 광고를 해왔다. 사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예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있지만, 몇 월 며칠에 태어났는지는 말해주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이 예수가 태어난 날로 기념하는 성탄절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이교도 신앙을 적용-변화한 이교도의 명절일 뿐인가?
오해
역사적으로 예수가 수 세기 이전부터 유럽의 사람들은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동지가 지나는 낮이 길어지는 그 시기를 축하해왔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노르웨이 족은 12월 21일 동지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겨울 축제 율(Yule)을 기념했다. 또한 독일에서 한겨울 동안 사람들이 지식, 문화 군사를 맡아보는 최고의 신인 오딘을 기념했다. 로마 제국에서는 농업의 신인 세턴을 기념하면서 먹고 마시던 농신제(크리스마스 무렵에 행해지던 축제)가 있었고, 아기 신, 미트라가 태어난 날인 12월 25일을 기념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중, 성탄절이 이교도 신앙과 적용-변화해서 만들어진 날이라는 주장에 대한 가장 큰 가설은 로마의 태양신과 관계있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274년에 태양신을 위한 신전을 건축한 후, 태양신 Sol Invictus이 태어난 날을 12월 25일로 공표했다. 그리고 기독교는 로마 황실로부터 공인된 이후, 이교도를 수용하고 전도하기 위해서 태양신이 태어난 날을 354년 예수가 태어난 날로 정하고 기념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즉 274년에 태양신 탄생일이 먼저 공표되었으며, 기독교가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약 80년 후인 약 354년부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처음 12월 25일을 예수가 태어난 날로 기념한 역사적인 기록은 221년에 기독교 역사가인 섹투스 줄리어스 아프리카누스에 의해서이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태양신이 태어난 날을 공표하기 53년 전에 이미 초기 기독교는 12월 25일을 예수가 태어난 날로 정하고 로마, 이스라엘 등에서 기념하고 있었다. 또한, 토마스 탤리가 쓴 책 “교회력의 기원”에는 초대 교회는 이미 3세기경에 12월 25일을 예수가 태어난 날로 기념하고 있었으며, 그 기원을 로마제국보다 북아프리카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기록한다.
진짜 예수의 생일은 언제인가?
성경을 통틀어서 아기 예수의 탄생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적인 배경은 오직 밤이다. 천사들이 밤에 목자들에게 나타나 예수의 탄생 소식을 알려주었고(누가 2:8),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이 별이 머문 곳에서 아기 예수를 만났다(마가 2:9-10). 밤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경배했다고 해도, 정확히 예수가 밤이나 새벽에 태어났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즉 성경에는 예수의 진짜 생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성경 밖의 초대교회의 문헌들에서 예수의 탄생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초대교회의 주된 관심과 집중은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가 아니라, 예수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사역을 했는지, 누구를 위해 죽고, 부활했는지였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예수의 탄생일에 대한 언급은 초대 교부 알렉산더의 클레멘트의 글 “Stromata 1.21.145-146”에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예수가 태어난 날을 8월 28일, 혹은 5월 20일, 4월 20일 혹은 4월 21일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예수의 탄생에 대한 자료가 성경 안과 밖에 없기 때문에 로마의 이방신 축제를 차용/수용/변형했다는 주장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12월 25일이 예수가 태어난 날이 되었는가?
약 207~8년경에, 초대교부 중 한 명인 카르타고의 터툴리안이 쓴 변증서 유대인에 반대하여(Adversus Judaeos)에 따르면, 예수께서 돌아가신 해의 니산월(유대력) 14일이며, 이를 현재 태양력으로 따지게 되면, 3월 25일 된다. 그리고 초대교회에서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된 날과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날이 같다는 믿음을 가졌다. 이러한 믿음에 근거해서 하늘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와 수태의 사실을 알린 것이 3월 25일이면 9달이 지나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출산하게 되는 날이 12월 25일이 되는 것이다. 초대교부 중 가장 유명한 어거스틴도 그의 책 삼위일체론에서 “예수는 3월 25일에 (성령으로) 잉태되었고, 같은 날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았으며, 그리고 전통에 의하면 12월 25일에 태어났다.”라고 말한다.
성탄절이 이교도의 명절을 차용/수용/변형해서 만들어진 기독교의 명절이라는 것은 오해이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초대교회는 예수의 탄생보다 그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더 관심을 가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수의 탄생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 모두를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서 고난을 겪고 죽으신 날이 바로 예수가 잉태된 날이라는 믿음으로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지키게 된 것이다.
글쓴이: 오천의 목사,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 담당, 연합감리교회 공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