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건물이 하나가 있다. 한국에서 한옥으로 지어진 교회 중에 가장 오래되었고 현존하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한옥인 강화성당이 주었던 인상은 토착화된 신앙이었다. 서구의 문명과 함께 들어온 성공회라는 교단이 가장 한국적인 한옥 건물 안에서 예배드리게 되었다. 분명히 생긴 것은 국보급 사찰처럼 생겼지만, 한옥이라는 한국 전통 아래 기독교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나중에 웨슬리 신학에 관해 공부하면서 연합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영국 성공회에서 안수받은 목사였고, 끝내 죽을 때까지 성공회 목사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여전히 연합감리교회와 성공회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잘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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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란?
한글로는 성공회이지만, 영어로는 Anglican Church(영국 국교회) 혹은 Episcopal Church(미국 성공회)로 구분되어 불리며 두교회 모두 성공회 연합(Anglican Communion)에 속해 있으며 주된 회원들이다. 같은 성공회 연합에 속해 있지만 왜 다른 두 이름으로 나뉘어 있을까? 미국 독립 혁명 이후, 미국 성공회의 성직자는 영국의 국왕에서 충성을 거부하였고, 그렇게 미국 성공회는 영국 국교회와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두 교회 모두 성공회 연합에 속해 있으며,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 성공회 연합은 전 세계에 160여 개국에 걸쳐 있으며, 전 세계에 약 8,500만 명의 교인이 있다. 로마가톨릭과 동방정교회 다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 큰 교단이다.
성공회의 시작 vs 감리교의 시작
알다시피 성공회는 로마가톨릭 교회에서 분리가 되어 시작되었다. 16세기 영국은 종교개혁을 일으켜 영국 내의 모든 교회를 로마가톨릭으로부터 분리를 선언했고, 로마가톨릭 교회와는 다르게 국왕이 중심이 되는 국교회가 시작되었다. 영국의 국왕 헨리 8세는 그의 아내 캐서린과 이혼을 원했지만, 로마가톨릭 교황에 의해 거부되었고, 영국의 교회를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하고, 독자적인 교회로 선언하고, 국왕 자신을 수장으로 선포하였다.
연합감리교회의 모체가 되는 감리교는 영국 국교회에서 시작되었다. 감리교 운동을 시작한 존 웨슬리는 영국 국교회의 사제이며 죽을 때까지 국교회 소속 사제였다. 처음부터 존 웨슬리는 다른 교단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었고, 영국 국교회 안에서 경건하고 규칙적(Methodist)인 신앙생활을 위해 소그룹(Holy Club)을 만들었고, 이는 나중에 감리교로 분리된다. 1738년 존 웨슬리는 중생 체험을 하고 1739부터 감리 신도회라 불리는 소그룹을 조직해, 이후 감리교의 토대가 된다.
완전한 교통(Full communion)
감리교의 모체가 되기 때문인지, 성공회는 감리교와 차이점보다 서로 비슷한 점이 더 많다. 특별히 2024년에 열린 연합감리교회 총회에서는 성공회와 완전하게 교통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완전한 교통이란 무엇인가? 감리교와 성공회, 두 교단이 서로를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즉, 두 교단은 서로 세례와 입교인, 그리고 목회자 안수까지도 서로를 인정한다. 예를 들어, 성공회 교인은 자유로이 감리교회에서 성만찬을 받을 수 있고, 감리교에서 세례를 받거나 입교한 사람이 성공회의 교인이 되며 세례를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성공회의 사제가 감리교에서 목회할 수 있는 완전한 교통을 의미한다.
의사결정
먼저 연합감리교회의 최고 입법 기관은 총회이며 4년마다 목회자와 평신도 대의원이 의사결정을 한다. 성공회의 최고 입법 기관은 성공회 총회로서 3년마다 모이며 사제와 평신도로 이루어진 대의원과 감독으로 구성된 두 개의 집회로 구성된다.
연합감리교회는 개 교회가 최소의 행정단위이며, 교회들이 모여 지방회를 이루고, 지방회가 모여 연회(감독의 치리)를 이루고, 연회가 모여 지역총회, 지역총회가 모여 총회를 이룬다. 성공회 역시, 성당이 최소의 행정단위이며, 성당이 모여 교구(주교의 치리), 교구가 모여 관구, 관구가 모여 성공회 총회를 이루게 된다.
신앙의 기준
성공회는 다른 교단과 다르게 교단의 신학이 잘 정리된 특정 문서에 중심을 두지 않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이해하는데, 성서, 전통, 이성을 그 기준으로 두고 있다. 성서는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 사건과 진리를 이해하는데 충분하다. 하지만 성서에 다루어지지 못한 문제나 신학은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에 쌓인 전통으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성서와 전통에 대해 이해와 해석이 필요하며, 이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준 이성을 통해서 가능하다. 성공회는 성서, 전통과 이성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감리교회는 웨슬리의 4대 지침(표준)이라 부르며, 성서, 전통, 이성과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사건과 성서의 진리를 이해한다.
성찬식
감리교와 성공회가 완전한 교통을 인정하며 서로의 성찬식에 참여할 수 있지만, 성찬식에 대한 신학과 이해에서 차이가 난다. 먼저 성공회는 그리스도께서 성체(聖體), 즉 성찬식에 사용되는 빵에 실제로 현존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성공회에서는 대부분 매주주일에 성찬식을 거행한다.
감리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찬식에 진실로 임재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성찬식에서 임재하는 곳을 빵과 포도주에 국한하지 않는다. 은혜의 수단으로서 성찬에서 그리스도의 임재는 집례자가 축사할 때, 혹은 받는 성도가 믿음으로 받을 때만 임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비(mysterious)하게 실제로 임한다고 믿는다.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 대부분은 한 달에 한 번 성찬을 거행한다.
또 다른 점은 성찬식에 사용되는 포도주이다. 성공회는 성공회 기도서에 따라 성찬식에서 포도주를 사용한다. 그러나 연합감리교는 초기 사회에 만연했던 알코올 중독에 맞서기 위해 포도주스를 사용해 왔다.
직분
성공회는 사도전승을 인정하면서, 성직자 제도에 대해 주교, 사제, 부제의 직분으로 나뉘어 있다. 주교는 연합감리교의 감독과 비슷한 직분으로 각 교구를 치리 감독하며, 사제는 성당을 감독한다. 부제는 아직 사제서품을 받지 않은 자로서 사제와 주교를 도와사역을 한다.
연합감리교회에서 성직자 제도는 집사 목사와 장로 목사가 존재한다. 장로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고, 성례를 집례하며, 교회의 사역을 치리하고, 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역을 통해 교회를 섬기도록 안수받은 직분이다. 집사 목사들은 말씀과 성찬식 집례, 정의와 자비의 사역을 통해 교회와 지역사회 및 세상과 연결하도록 안수받은 직분이다.
사제
로마가톨릭에서 분리되었기 때문에 다른 개신교처럼 목사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성공회는 사제에게 신부라는 존칭으로 부른다. 그러나 성공회의 사제는 결혼할 수 있다. 다만 성공회의 수도원에 수도자가 되기로 서원한 수도사제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낸다. 또한 성공회에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있고, 최근에는 여성 주교 역시 선출되었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