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셋째 주일이 되면, 아버지의 날을 맞아 자녀들이 아빠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손수 직접 카드를 그리고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자신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에게 감사하는 모습이 이쁘고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일 년에 한 번 어머니날, 아버지날 부모의 노고에 감사하며 그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부모를 공경하고,형제자매끼리 사이좋게 지내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면 그게 바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목회자 감사의 달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0월이 되면 목회자 감사의 달로 기념한다. 미국 내의 많은 교인은 10월 목회자 감사의 달을 맞아 지금까지 표현하지 못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손수 직접 쓴 감사의 편지, 목회자 가족이 함께 외식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그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목회자 감사의 달에 우리가 주고 싶은 것과 우리가 생각하기에 목회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선물한다. 그렇지만 과연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10월, 목회자 감사의 달은 여러분이 표현하고 싶은 감사뿐만 아니라, 목회자가 진실로 교인들에게 바라는 것을 이루게 된다면, 목회자의 삶과 사역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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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감사의 날 기원
1994년 이전에는 공식적으로 목회자 감사의 날이나 달로 지킨 적이 없다. 그렇지만 초대 교회에서부터 교인은 목회자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표시해 왔다. 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낸 서신 디모데전서 5:17에 “(교회를) 잘 다스리는 장로들은 배나 존경할 자로 알되 말씀과 가르침에 수고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리할 것이니라”고 말한다. 초대교회부터 이처럼 목회자를 존경하고 감사를 해오다가, 1992년 미국의 종교기관인 포커스 온더 페밀리(Focus on the Family)에서 목회자에게 감사하는 달을 정해서 기념하자는 의견이 생겨났고,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포커스 온 더 페밀리에서 목회자 감사의 달을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같은 목회자 감사의 달이 생겨났다.
기도로 중보하는 교인
의사들은 매일 환자들을 만나고 진료를 하면서 어떤 약을 처방할지, 치료해야 할지, 수술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한다. 여러분의 목회자 역시 매 순간 교인들을 위해 영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 교인 중 질병과 싸우는 이들을 만나 어떤 영적인 위로를 해야 할지, 하나님에 대해 회의적인 교인을 만나 어떤 신앙의 말을 해야 할지, 매 순간 사람의 영을 살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중압감이란 말로 할 수 없다. 또한 교회의 사역과 관련해서 매일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연합감리교회의 분리, 세속화, 신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팬데믹 이후의 교회 등 매일 교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목회자가 성령의 도우심을 받도록, 좋은 설교를 준비하고 제공하도록, 영적으로 지치고 소진되지 않도록, 목회자 자신을 향한 비판을 이겨내도록 기도해야 할 이유는 많다. 목회자가 단지 목사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하는 이 모든 의무와 소명을 교인이 일년 내내 기도로써 중보한다면 목회자 감사의 달에 받는 선물보다 훨씬 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가족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인
첫 목회지에서 사사건건 본인의 목회에 대해 반대하고 예배가 끝나자마자 그날 설교에 대해 거의 항상 비판하던 교인 한 명이 있었다. 하루는 큰 아이가 늦잠을 자서 머리를 감지 못해 모자를 쓴 채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그 교인은 당시 5~6세이던 큰 아이의 모자를 보자마자 예배가 끝난 후에, 예배 시간에 목사 아들이 모자를 쓰면 어떡하냐며 남의 본이 되지 않는다며 호되게 혼을 낸적이 있다.
목회자의 배우자는 목사도 전도사도 아니다. 다만 목사와 결혼한 한 사람으로, 남편이자, 혹은 아내이며,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며 또 직장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누군가이다. 또한 목회자의 자녀는 작은 목회자가 아니다. 목회자 자녀는 모두 높은 도덕적 가치를 품고 누구보다 신앙이 깊고 착해야 하거나, 공부를 잘해야 할 필요도 없다. 남편이 혹은 아내 혹은 부모가 목회자라는 이유로 그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더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들 본연의 모습을 받아준다면 목회자는 지금보다 더 가족에 대한 걱정 없이 목회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교인
누구든지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누구든지 자신이 하는 일을 높이 평가해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목회자가 교회에서 그런 사람들만 좋아할 수 없고, 만약 그렇게 한다면 평생 목회자의 자기 발전이 없을 것이다. 연합감리교회의 장점 중하나가 바로 목회자가 평생 교육(Continuing Education)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어느 목회자든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성장하길 바라고 노력한다. 특히 매주해야 하는 설교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목회자는 더 성장하길 바란다. 목회자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잘했을 때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못했을 때는 격려해 주고, 교만해졌을 때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위축되어 있을 때는 용기를 주는 건설적인 비판을 여러분 목회자에게 해준다면 그 목회자가 설교와 사역에서 매주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신앙을 교회 밖에서 실천하는 교인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평생 점수를 통해 학업이나 업무의 평가를 받아왔기에 점수, 즉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교회에서도 목회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연합감리교는 연대성으로 묶인 교단이기에 매년 구역회에서 얼마나 많은 교인이 평균 예배에 참석했는지, 세례를 받은 사람과 교회에 새로 입교한 사람은 몇 명인지 보고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목회자에게 이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신앙을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교회 밖에서 이웃을 향해 실천하는 교인일 것이다. 주일마다 하나님과 만남에 참여하는 교인, 두려움 없이 자기의 신앙을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누는 교인, 각자의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는 교인, 바쁜 삶 속에서도 매일 묵상을 통해 말씀을 가까이하려는 교인들이 목회자에겐 보석과 같은 존재들이다. 사실상, 목사 혼자서 지역사회에 나아가 참여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보다, 이러한 교인들 한명 한명이 더 큰 효과가 있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하는 교회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딸아이는 나중에 커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엄마, 아빠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한다. ‘아빠처럼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아.’ 그렇다, 세상의 모든 목회자가 부자가 되려고 목회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난해지려고 목회자가 되지도 않았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목회자에게 청빈이 중요하지 않냐고 물을 것이다. 21세기를 목회자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청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한 목회자라면 학부 4년, 대학원 3~4년 총 7~8년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고 학위는 대학원 학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목회하기 위해 운전면허, 악기 연주, 문서 작성과 편집 등,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 쓰임을 받겠다고 교회에 도움이 되는 목회자가 되겠다는 노력에 대부분의 한인 목회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교단이나 연회가 정해놓은 최소 사례비이다. 물론 한국에서 목회하는 다른 목회자들에 비해 나은 상황이지만, 미국의 생활 물가 등을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말 그대로 최소 사례비이다. 그렇다고 대학원 학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받는 사례비만큼 올려달라는 뜻이 아니다. 교인들은 목회자가 목회에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3인, 4인, 혹은 5인 가족이 생활비로 걱정하지 않을 최소한의 사례비를 고려해 달라는 말이다.
목사는 살아도 목사로 살고, 죽어도 목사로 죽는다. 살아도 죽어도 교회 걱정이며 교인들 걱정이다. 하나님 다음으로 우리를 생각하고, 기도하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에게 기도로 중보하고, 목회자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설적인 비판을 하며, 교회밖에서 신앙대로 살아가고, 최소한의 사례비를 제공하는 교회와 교인이 된다면, 목회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고 자랑일 것이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