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지만 결국에는 같은 것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어디 뭐 새로운 것 없을까?” 묻고 찾아다니지만, 막상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전하고 익숙한 것으로 돌아온다. 목회 사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온 것을 알고 있고 또 보고 있지만 그 변화를 이루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이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프레시 익스프레션(Fresh Expression) 컨퍼런스에서 강우진 목사(THE NETT CHURCH) 강의가 큰 울림을 가져온 이유는 그가 한인 목회자여서만은 아니다. 한인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기존 교회의 대안으로서 커피를 통해 모이는 카페 교회, 온라인 게임을 통해 모이는 온라인 교회 등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교회의 모델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풀지 못한 고민은 “이 시대 어떻게 교회를 세우는 일을 계속할 수있는가?”, “또한 이미 기존에 아름답게 세워지고 존재하는 교회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어떻게 다시 부흥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이다. 이 질문은 대부분의 목회자가 자신이 파송 받은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과 새롭게 열어갈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질문일 것이다.

강우진 목사가 강의하며 나눈 내용 일부이다.
“이 이야기는 2021년경 제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것을 비전이라 부르든, 꿈이라 부르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미친 생각이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특별히 교회를 떠났거나, 교회로 인해 상처받아 다시는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 20~30대 젊은이들을 향해 제 마음을 깨뜨리셨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사역하던 중, 기회를 얻어 오래된 감리교회 건물을 활용해 THE NETT CHRUCH의 네 번째 캠퍼스를 개척할 비전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누구나 하듯이, 저는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기도할 여섯 명의 멋진 팀원들을 모았습니다. 우리는 2021년 9월을 공식적인 개척일로 정하고 6개월 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나 개척을 불과 몇 주 앞두고 예기치 못한 재앙이 닥쳤습니다. 건물 전체가 벼룩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입니다!
개척을 앞두고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던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다섯 달이 더 걸리는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기다렸고 2022년 2월에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At The Tabl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공동체는 디너 처치(Dinner Church)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하나님을 경험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저는 하나님의 계획이 제 기대와 다를 때가 많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소중히 여기는 한국어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행(同行, Donghaeng) 입니다. 동행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신앙의 여정 속에서 하나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걸어가신다는 진리를 반영하는 아름다운 개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앞서 기다리시거나 멀리 떨어져 계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서 함께 걸어가시며 인도하십니다.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 공감, 그리고 사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회의 기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함께할 때, 그 공동체는 단순한 모임이 아닌,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살아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강 목사의 강의를 통해서 교회란 곳이 단지 사람들이 관심을 끄는 활동이나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세상에는 더 재미있고 즐겁고 자극적인 것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수없이 다양한 장소와 모임들이 이미 많다. 이 시대에는 사람들이 꼭 교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멋진 인테리어와 뛰어난 커피맛으로 무장한 카페가 셀 수 없이 많은 맨해튼에서 교회가 커피 맛으로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무모한 일이다. 심지어 그 유명한 스타벅스도 요즘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 어렵다고 한다. 강 목사의 표현대로 교회는 각자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교회가 필요하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선언하고 선포하고 사회 이슈에 대해 입장문을 내느라 바쁜 교회가 어쩌면 한 영혼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소는 유행을 타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꼭 사람들에게 필요한 곳이다. 그곳이 바로 교회여야 한다. 또한 강 목사는 먼저 사람들을 모으고 기도하며 비전을 향해 나아갔다는 점이 마음에 남는다. 때론 우리는 제일 중요한 동역자가 누구인가 묻지 않고 일을 먼저 시작하거나 예산을 세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목회자 모두가 목자이신 예수님께 사람들을 인도하는 사명을 받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한다. 강 목사가 제시한 리더십 스타일이다.
“오늘 나누고 싶은 주제는 리더십 스타일, 특히 “목자(Shepherd)가 아닌 “목양견(Sheepdog) 리더십”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역할이나 직책과 상관없이 모두가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리더들입니다. 처음 교회에서 자랄 때, 저는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목자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목자가 아니라, 양들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목양견’이라는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양견 리더십”을 통해 제가 배운 네 가지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 누가 우리의 목자인지를 아는 것(Understanding who your shepherd is)
-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Embracing uncertainty)
-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받는 것(Receiving rather than choosing)
- 진정한 양식인 목자에게 양들을 인도하는 것(Leading others toward where they can find true nourishment)
첫 번째, 우리의 목자는 누구인가?
오늘날 많은 목회자가 그리스도의 인도하심을 잊고, 자신이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시편 23편은 분명히 말합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우리는 다른 이들을 인도하지만, 결국 우리 자신도 그분의 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두 번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목회자나 리더들이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때로는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깊은 신뢰를 형성합니다. 약함을 드러낼 때, 우리는 더욱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받는 법을 배우기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네 번째, 양들을 목자께 인도하는 것
목양견은 양들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목자가 계신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을 우리가 아닌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프레쉬 익스프레션 컨퍼런스에서 배운 것은 우리 목회자들은 주님의 양들인 교인들을 위해 목양견처럼 열심히 뛰어서 그들을 주님께 인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목회자가 아무런 목적 없이 땀 흘리며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주의 말씀에 순종하며 뛰겠다는 결단이다. 지팡이와 막대기는 주님의 지팡이 하나면 충분하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싫어하고 떠나며, 교단의 교세가 약해지는 상황 속에서, 더 이상 한인들이 이민을 오지 않는 그 어떠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현실에서도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우리와 동행하시는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고 목회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뛰는 평신도들과 동행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동행하는 기쁨과 감사가 연합감리교회 모든 교회에게 가득하길 기도한다. 컨퍼런스를 다녀와 다시 한번 깨달은 목회적 대안은 우리를 부르시고 인도하시는 예수님, 그리고 그분을 신실하게 따르는 제자들 바로 여러분에게 있다는 것이다.
김진우 목사는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하고 있으며, 도심 속 사랑의 공동체를 섬기고 있다.
오천의 목사는 한인/아시아인 리더 자료를 담당하고 있는 연합감리교회 정회원 목사이다. [email protected]나 615) 742-5457로 연락할 수 있다.